I. 서 론
항공교통량의 지속적인 증가와 함께 항공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 또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항공교통관제사(Air Traffic Controllers, ATCs)는 국가 항공안전체계의 핵심 인력으로서 항공기의 이·착륙 허가 발행, 공역 분리 유지, 비정상 상황 대응 등 고도의 인지적 판단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수행한다(FAA, 2023; FAA, 2025). 항공관제 업무는 단 한 번의 판단 오류나 의사소통 실수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고인지 부하 직무이며, 항공안전 사고의 상당 부분이 인적요인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은 항공교통관제사의 인지적·심리적 상태가 안전과 직결됨을 시사한다(Holley and Miller, 2022; Imroz and Sadique, 2022).
항공교통관제 업무는 교대·야간근무를 포함하는 불규칙한 근무형태가 일반적이며(Terenzi et al., 2022; Li et al., 2025), 이러한 근무형태는 수면시간 감소, 수면의 질 저하, 일주기 리듬 교란을 초래한다(Terenzi et al., 2022; Jeon and Kim, 2024). 이는 주의력 감소와 판단 오류 가능성 증가로 이어져 안전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Uyhelji et al., 2025), 직무스트레스와 피로 누적은 직무만족 저하, 조직 이탈, 직무 수행능력 감소와 같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Holley and Miller, 2022; Li et al., 2025). 특히 항공교통관제는 지속적인 주의집중과 복합적 정보처리를 요구하는 직무 특성을 지니므로, 수면과 같은 생리적 요인은 단순한 건강 변수를 넘어 직무 수행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업무몰입(work engagement)은 항공교통관제사의 직무 수행을 설명하는 핵심 지표가 될 수 있다. 업무몰입은 개인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활력(vigor), 헌신(dedication), 몰두(absorption)를 경험하는 긍정적·동기적 상태로 정의되며(Adiarani, 2019; Schaufeli et al., 2002), 높은 업무몰입은 직무성과 및 조직성과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Li et al., 2025; Sasando et al., 2025). 반면 업무몰입이 저하될 경우 직무태만, 소진, 이직 의도 증가 등 부정적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Nugroho et al., 2024; Li et al., 2025). 항공교통관제사의 업무몰입은 단순한 조직성과 지표를 넘어 항공안전 위험요인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본 연구는 Demerouti et al.(2001)이 제안한 직무요구-자원(Job Demands–Resources, JD-R) 모델을 이론적 기틀로 하였다. JD-R 모델에 따르면 직무요구는 소진을 유발하는 반면, 직무자원은 동기적 경로를 통해 업무몰입을 촉진한다(Bakker et al., 2023; Bakker and Demerouti, 2024). 특히 직무자원은 고요구 상황에서 요구의 부정적 영향을 완충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자원이 충분히 확보된 경우 높은 직무부하 상황에서도 업무몰입을 유지하도록 한다(Hakanen and Kaltiainen, 2026). 이 모델에 근거할 때, 항공교통관제사의 직무만족은 업무몰입을 촉진하는 직무자원 요인으로, 수면의 질 저하는 고부하 상황에서 에너지 고갈을 유발하는 직무요구 요인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Terenzi et al., 2022; Gil et al., 2023; Bakker et al., 2023; Li et al., 2025).
직무만족은 개인이 직무와 근무환경에 대해 지각하는 전반적인 긍정적 평가로 정의되며(Robbins and Judge, 2013), 조직 애착과 직무 지속 의지를 강화하는 핵심요인이다(Imroz and Sadique, 2022; Li et al., 2025). JD-R 관점에서 직무만족은 고부하 상황에서도 직무에 에너지를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심리적 자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항공교통관제사의 수면 문제는 업무몰입을 저해하는 직무요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교대근무와 야간근무는 수면의 질 저하, 수면시간 감소, 일주기 리듬 교란을 초래하며, 이러한 수면 장애는 인지기능 저하와 피로 누적을 유발한다(Terenzi et al., 2022; Jeon and Kim, 2024). 또한 수면의 질은 개인의 정서조절 능력과 직무집중력에 영향을 미치고, 직무만족 및 업무몰입 수준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Imroz and Sadique, 2022). 특히 수면부족은 주의력 감소와 판단 오류 가능성을 증가시켜 안전사고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Uyhelji et al., 2025). 따라서 수면의 질 저하는 인지기능 및 정서조절 능력 저하를 통해 업무몰입을 저해하는 건강 손상 경로를 활성화할 위험이 있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주로 항공교통관제사의 스트레스, 피로, 안전문화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직무만족과 수면 특성을 동시에 고려하여 업무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통합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제한적이다. 특히 심리적 자원과 생리적 요구 요인을 하나의 이론적 틀 안에서 설명하고, 항공안전과 직결되는 직무 특수성을 반영하여 실증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JD-R 모델을 기반으로 하여, 항공교통관제사의 직무만족과 수면 특성이 업무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이들의 직무 수행 능력 향상과 항공안전 확보를 위한 근거 기반 자료를 제공하고, 교대근무 제도 개선, 수면 관리 프로그램 개발, 관제 인력관리 정책 수립 등 조직 차원의 실질적 중재 전략 마련에 기여하고자 한다.
II. 연구 방법
본 연구는 항공교통관제사의 직무만족과 수면 특성이 업무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횡단적 조사연구(cross-sectional study)로, 선행 연구(Jeon and Kim, 2024)에서 수집된 자료를 활용하여 추가 분석을 수행한 2차 분석 연구(secondary data analysis)이다.
본 연구의 대상자는 국내 항공교통관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항공교통관제사로, 본 연구의 목적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연구 참여에 동의한 자이다. 설문조사는 총 1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으며, 응답이 불완전한 설문지 5부를 제외한 149부를 최종 분석에 사용하였다.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은 인구사회학적 특성으로 성별, 연령, 결혼상태, 학력, 거주 형태를 포함하였으며, 업무 관련 특성으로는 근무 형태, 근무 경력, 근무 부서 및 월평균 야간근무 일수를 포함하였다. 또한, 건강 관련 특성으로는 현재 질병 여부, 약물 복용 여부,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 흡연 여부, 음주 및 카페인 섭취 빈도를 포함하였다.
직무만족은 전반적 근무에 대한 주관적 만족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단일 문항의 숫자평가척도(numerical rating scale, NRS)를 사용하였다. 0점(전혀 만족하지 않음)에서 10점(매우 만족함) 사이의 점수를 부여하도록 하였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직무만족 정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수면의 질은 Buysse et al.(1989)이 개발하고 Sohn et al. (2012)이 한국어판으로 타당화한 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Korean (PSQI-K)을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PSQI-K는 지난 1개월 동안의 수면의 질과 수면장애 정도를 평가하는 자가보고식 도구로, 총 18문항으로 구성되며, 주관적 수면의 질, 수면잠복기, 수면시간, 습관적 수면효율, 수면장애, 수면제 사용, 주간 기능장애의 총 7개 구성요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하위 구성요인은 0–3점으로 채점되며, 총점은 7개 구성요인 점수를 합산하여 산출하며 점수 범위는 0점에서 21점이다. 점수가 높을수록 수면의 질이 낮음을 의미한다. PSQI-K의 구성요인별 문항 구성과 점수화 방식은 Table 1에 제시하였다.
Note. Item #2 is scored as follows: ≤15 min=0, 16–30 min=1, 31–60 min=2, and >60 min=3. Items #5 and #8 are scored as follows: none=0, <1/week=1, 1–2/week=2, and ≥3/week=3. Item #9 is scored as follows: none=0, slight=1, moderate=2, and severe=3. This Table was adaptied from the appendix scoring guide reported by Sohn et al.(2012).
Sohn et al.(2012)의 PSQI-K 한국어판 타당화 연구에 따르면, PSQI-K 총점은 불면증군(14.71±3.31점), 기면증군(8.40±3.18점), 건강대조군(4.06±2.08점)을 유의하게 구분하였고, poor sleepers 판별을 위한 ROC 분석에서도 최적 절단점 8.5점, 민감도 0.94, 특이도 0.84를 보여 판별타당도가 지지되었다. 또한, Cronbach’s α는 0.84였고,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0.65(p<0.001)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Cronbach’s α는 0.66이었으며, 구성요인별 문항-총점 보정 상관계수와 문항 삭제 시 Cronbach’s α 값은 Table 2에 제시하였다.
주간 졸림은 Johns(1991)이 개발하고 Cho et al. (2011)이 한국어로 번역한 Epworth Sleepiness Scale(ESS)을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본 도구는 일상생활 중 졸음을 느낄 수 있는 8가지 상황에 대한 졸림 정도를 평가하는 자가보고식 설문지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항은 ‘전혀 졸리지 않다’(0점), ‘조금 졸리다’(1점), ‘상당히 졸리다’(2점), ‘매우 많이 졸리다’(3점)의 4점 척도(0-3점)로 평가되며, 총점 범위는 0점에서 24점까지이다. 점수가 높을수록 주간 졸림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 도구 개발 당시 Cronbach’s α=0.88이었으며, Cho et al.(2011)의 연구에서 0.84, 본 연구에서는 0.75이었다.
업무몰입은 Schaufeli and Bakker(2003)가 개발하고, Kim et al.(2017)이 한국어로 번역한 Utrecht Work Engagement Scale(UWES-K)을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본 도구는 활력, 헌신, 몰두의 3개 하위 영역으로 구성된 총 9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문항은 0점(한 번도 없음)에서 6점(항상 느낌)의 7점 Likert 척도로 평가된다. 총점 범위는 0점에서 54점까지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업무몰입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도구 개발 당시 Cronbach’s α는 0.91이었으며, Kim et al.(2017)의 연구에서 0.92, 본 연구에서는 0.93이었다.
자료 수집은 2023년 1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실시되었으며, 연구 대상자에게 연구 목적과 방법, 자료의 익명성 및 비밀 보장, 연구 참여의 자발성과 철회 가능성에 대해 설명한 후 서면 동의를 받은 뒤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IBM SPSS Statistics(version 29.0)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분석하였으며, 통계적 유의수준은 p<0.05로 설정하였다.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직무만족, 수면의 질, 주간 졸림 및 업무몰입은 빈도, 백분율, 평균 및 표준편차로 분석하였다.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업무몰입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두 집단으로 구분되는 변수는 독립표본 t-검정을, 세 집단 이상으로 구분되는 변수는 일원배치 분산분석(one-way ANOVA)을 실시하였다(Kim, 2017; Kim, 2019). 분석 대상 변수에는 성별, 연령, 학력, 거주 형태, 결혼상태, 근무 형태, 근무 경력, 근무 부서, 월평균 야간근무 일수, 현재 질병 여부, 현재 약물 복용 여부, 체질량지수, 흡연 여부, 음주 빈도, 위험음주 여부 및 카페인 섭취 빈도가 포함되었다. 이를 통해 항공교통관제사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업무몰입 평균의 집단 간 차이를 확인하였다.
직무만족, 수면의 질, 주간 졸림 및 업무몰입 간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피어슨 이변량 상관분석(Pearson’s bivariate correlation analysis)을 실시하였다(Schober et al., 2018). 이를 통해 주요 변수 간 상관관계의 방향과 정도를 파악하고, 업무몰입 영향요인 분석에 앞서 변수 간 관련성을 검토하였다.
항공교통관제사의 업무몰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위계적 회귀분석(hierarchical regression analysis)을 실시하였다(Petrocelli, 2003). 선행연구 고찰과 본 연구의 목적에 근거하여 Model I에는 인구사회학적 특성인 성별, 연령, 결혼상태를 투입하였고, Model II에는 업무 및 건강 관련 요인인 근무 형태와 체질량지수를 추가하였다. Model III에는 본 연구의 주요 독립변수인 직무만족, 수면의 질 및 주간 졸림을 추가하여 최종 모형을 구성하였다. 범주형 변수는 더미변수로 변환하여 분석에 포함하였다. 회귀분석에 앞서 Durbin-Watson 통계량을 통해 오차의 독립성을 확인하였고, 표준화 잔차의 분포와 산점도를 통해 잔차의 정규성 및 등분산성을 점검하였다(Ernst and Albers, 2017). 또한 공차한계와 분산팽창지수(VIF)를 통해 다중공선성을 검토하였다(Kim, 2019). 각 모형은 표준화 회귀계수(β), t값, 유의확률, 설명력(R2, adjusted R2) 및 설명력 변화량(ΔR2)을 중심으로 해석하였다.
III. 연구 결과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은 Table 3과 같다.
대상자는 총 149명이었으며, 남성이 129명(86.6%), 여성이 20명(13.4%)이었다.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29.51±8.02세였으며, 최종학력은 전문학사 이하가 81명(54.5%), 학사 이상이 68명(45.6%)이었다. 결혼상태는 배우자가 없는 경우가 102명(68.5%), 배우자가 있는 경우가 47명(31.5%)이었다. 근무 형태는 D-D-N-N-O-O 근무가 113명(75.8%)으로 가장 많았으며, 평균 근무 경력은 7.95±8.33년이었다. 월평균 야간근무 일수는 8.73±3.14일이었다. 체질량지수(BMI)의 평균은 24.28±3.37 kg/m2였으며, 저체중·정상체중군 55명(36.9%), 과체중군 39명(26.2%), 비만군 55명(36.9%)으로 나타났다(Table 3).
대상자의 직무만족은 0-10점 범위에서 평균 6.86±1.91점이었다.
PSQI-K로 측정한 수면의 질의 평균 점수는 11.26± 3.07점, ESS로 측정한 주간 졸림의 평균 점수는 8.03±3.89점으로 나타났다. 수면의 질의 하위 구성요인별 평균 점수는 주관적 수면의 질 0.84±0.68점, 수면잠복기 1.44±0.93점, 수면시간 1.10±0.90점, 습관적 수면효율 0.42±0.82점, 수면장애 1.05±0.45점, 수면제 사용 1.50±0.65점, 주간 기능장애 0.96±0.65점이었다.
업무몰입은 0–54점 범위에서 평균 30.66±8.96점이었으며, 하위 영역별 점수 평균은 활력 3.28±1.05점, 헌신 3.27±1.06점, 몰두 3.67±1.10점으로, 몰두 영역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Table 4).
대상자의 직무만족은 수면의 질(r=-0.186, p=0.023) 및 주간 졸림과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났고(r=-0.165, p=0.045), 수면의 질은 주간 졸림과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r=0.246, p=0.003).
업무몰입은 직무만족과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고(r=0.555, p<0.001), 수면의 질과는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r=-0.255, p=0.002)(Table 5).
| Variables | r (p) | ||
|---|---|---|---|
| 1 | 2 | 3 | |
| 1. Job satisfaction | 1 | ||
| 2. Sleep quality | -0.186 (0.023) | 1 | |
| 3. Daytime sleepiness | -0.165 (0.045) | 0.246 (0.003) | 1 |
| 4. Work engagement | 0.555 (<0.001) | -0.255 (0.002) | -0.036 (0.660) |
대상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업무 관련 특성 및 건강 관련 특성에 따른 업무몰입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는 Table 3과 같다.
분석 결과, 대상자의 성별(t=2.89, p=0.004), 결혼상태(t=-2.88, p=0.005), 체질량지수(F=5.47, p=0.005)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배우자가 있는 대상자가 배우자가 없는 대상자보다 업무몰입이 높았다. 또한, 체질량지수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으며, 과체중군과 비만군의 업무몰입이 저체중·정상체중군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연령, 학력, 거주 형태, 근무 형태, 근무 경력, 근무 부서, 월간 야간근무 일수, 현재 질병 여부, 약물 복용 여부, 흡연, 음주, 카페인 섭취 빈도에 따른 업무몰입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위계적 회귀분석에 앞서 회귀모형의 기본 가정을 검정한 결과, Durbin-Watson 통계량은 1.923으로 잔차의 독립성을 만족하였고, VIF 지수는 1.053∼2.961로 다중공선성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표준화 잔차의 분포와 산점도를 통해 잔차의 정규성 및 등분산성 가정이 충족됨을 확인하였다.
항공교통관제사의 업무몰입에 미치는 영향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인구사회학적 특성(Model I), 업무 및 건강 관련 요인(Model II), 그리고 직무만족과 수면 특성(Model III)을 단계적으로 투입하여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는 Table 6과 같다.
Model I에서는 인구학적 특성인 성별과 연령, 업무몰입에 유의한 차이를 보인 결혼상태를 투입한 결과, 회귀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4.14, p=0.003). 성별과 결혼상태가 업무몰입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남성은 여성에 비해 업무몰입이 유의하게 높았고(β=0.22, p=0.007), 배우자가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 업무몰입이 유의하게 높았다(β=0.24, p=0.030). Model I의 수정된 설명력은 7.8%였다.
Model II에서는 업무 관련 요인으로 근무 형태와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를 추가로 투입하였다. 회귀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며(F=2.51, p=0.011), 결혼상태만이 업무몰입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확인되었다(β=0.22, p=0.049). 반면, Model I에서 유의하였던 성별은 Model II에서는 유의하지 않았다. Model II의 수정된 설명력은 8.4%였으며, Model I 대비 설명력 증가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Model III에서는 직무만족과 수면 특성인 수면의 질과 주간 졸림을 추가로 투입하여 최종 모형을 구성하였으며, 회귀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7.06, p<0.001). 분석 결과, 직무만족(β=0.49, p<0.001)와 수면의 질(β=-0.14, p=0.007)이 업무몰입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즉, 직무만족이 높을수록 업무몰입이 증가하였으며, 수면의 질이 낮을수록 업무몰입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Model I과 Model II에서 유의하였던 결혼상태는 Model III에서는 유의하지 않게 나타났으며, 주간 졸림 또한 업무몰입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최종 모형(Model III)의 설명력은 32.9%였으며, Model II 대비 설명력 증가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R2=0.244, p<0.001).
본 연구는 항공교통관제사의 업무몰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직무만족과 수면 특성을 규명하고자 수행되었다. 연구 결과, 항공교통관제사의 업무몰입은 중간 수준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업무몰입의 하위 영역 중 몰두(absorption)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몰두는 업무 수행 시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집중하고, 자신과 일이 분리되지 않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하며, 업무에 대한 인지적·정서적 몰입 상태를 반영하는 핵심 요인으로 설명된다(Bakker et al., 2008). 본 연구 결과는 선행연구에서 업무몰입의 하위 차원 중 몰두(absorption)가 인지적 요구와 책임 수준이 높은 직무 종사자에게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는 선행연구 보고와 일치한다(van Mol et al., 2018; Li et al., 2021). 이러한 결과는 항공교통관제 업무가 고도의 집중력과 지속적인 주의를 요구하는 직무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Bernhardt, et al., 2019).
항공교통관제사는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책임지는 고위험·고책임 직무 종사자로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속적인 상황 인식(situation awareness)과 높은 수준의 인지적 몰입을 유지해야 한다(Jeon et al., 2018). 본 연구에서 직무만족은 업무몰입과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를 나타냈으며, 회귀분석 결과 업무몰입을 가장 강력하게 예측하는 변인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직무만족이 업무몰입의 핵심적인 선행 요인이라는 선행연구 결과를 지지한다(Sung and Lee, 2017). 직무요구-자원 이론에 따르면, 직무만족과 같은 긍정적 인식은 개인의 심리적 자원을 강화하여 직무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게 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업무몰입 향상으로 이어진다(Vander Elst et al., 2016). 특히 항공교통관제사와 같이 높은 책임감과 지속적인 인지적·정서적 부담이 동반되는 업무 환경에서는 직무만족이 스트레스 완충과 동기를 강화하는 심리적 자원으로 작용함으로써 업무몰입을 촉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면의 질은 업무몰입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나타냈으며, 회귀분석에서도 업무몰입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즉, 수면의 질이 낮을수록 업무몰입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본 연구 대상자의 PSQI 평균 점수가 11.26점으로, Buysse et al.(1989)이 제시한 수면의 질 저하 기준인 5점과 Sohn et al. (2012)의 한국어판 절단점 8.5점을 모두 초과하였다. 이는 항공교통관제사의 수면의 질이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있음을 의미하며, 이러한 수면 문제는 업무 수행과 심리적 몰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교대근무 환경에서 수면의 질 저하가 피로 축적, 집중력 저하 및 업무 효율성 감소로 이어진다는 선행연구 결과를 지지한다(Giorgi et al., 2018). 항공교통관제사는 교대근무에 따른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의 교란이 불가피하며, 이는 수면의 질 저하와 밀접하게 연관된다(Giorgi et al., 2018). 불충분하거나 질적으로 낮은 수면은 인지 기능, 정서 조절, 에너지 수준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문제는 결과적으로 업무몰입을 저해할 수 있다(Kühnel et al., 2017; Nordmo et al., 2019). 따라서 항공교통관제사의 업무몰입 향상을 위해서는 수면의 질 개선을 목표로 한 체계적인 중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주간 졸림은 업무몰입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나타내지 않았고, 회귀분석에서도 유의한 예측 변인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본 연구 대상자의 ESS 평균 점수는 8.03점으로, ESS 11점 이상을 과도한 주간 졸림으로 해석하는 기준에 비추어 볼 때(Johns and Hocking, 1997), 전반적으로 정상 범위의 주간 졸림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주간 졸림이 업무몰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수면의 질이나 직무만족과 같은 다른 변수와의 관련성을 통해 간접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항공교통관제 업무는 높은 수준의 주의집중과 각성 유지를 요구하므로, 이러한 직무 특성이 주간 졸림이 업무몰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일부 완충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인구사회학적 특성 중 성별과 결혼상태는 초기 모형에서 업무몰입과 유의한 관련성을 보였으나, 직무만족과 수면 특성을 투입한 최종 모형에서는 그 영향력이 소실되었다. 이는 인구사회학적 특성의 영향이 직무만족 및 수면 특성에 의해 설명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항공교통관제사의 업무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배경 특성보다는 직무 환경 개선과 수면 관리 측면에서의 접근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건강 관련 특성 중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업무몰입 수준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그러나 BMI가 높은 집단에서 업무몰입이 높게 나타난 결과는 항공교통관제사의 근무 특성에서 나타나는 생활양식 또는 건강행동의 차이와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본 연구에서 생활양식이나 건강행동을 직접 측정하지 않았으므로, 추후 연구에서는 해당 요인을 함께 측정하여 BMI와 업무몰입 간 관계의 영향 경로를 보다 심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항공교통관제사의 직무만족과 수면의 질이 업무몰입에 핵심적인 영향 요인임을 실증적으로 규명하였다. 특히 교대근무를 수행하는 고위험 직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직무만족과 수면 건강이 업무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선행연구를 확장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따라서 본 연구 결과는 항공교통관제사의 업무몰입 증진을 위해 직무 환경 개선을 통한 직무만족 향상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조직 차원에서 공정한 보상 체계, 경력 개발 기회 제공, 의사소통 체계 개선, 직무 자율성 확대 등을 통해 직무만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대근무 환경을 고려한 체계적인 수면 관리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며, 수면 위생 교육, 합리적인 근무 스케줄 조정, 충분한 휴식 시간 보장, 수면장애 조기 발견과 개입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직 차원의 지원은 항공교통관제사의 지속적인 업무몰입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안전한 항공교통 운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교통관제는 국가 항공 안전의 핵심 영역이므로, 항공교통관제사의 심리적 건강 및 업무몰입 향상은 개인의 직무만족을 넘어 공공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V. 결 론
본 연구는 항공교통관제사를 대상으로 직무만족과 수면 특성이 업무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였다. 연구 결과, 직무만족은 업무몰입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요인이었고, 수면의 질 저하는 업무몰입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요인이었다. 반면 주간 졸림은 업무몰입의 유의한 예측요인이 아니었으며, 결혼상태와 체질량지수는 단변량 분석이나 초기 모형에서 관련성을 보였으나 최종 모형에서는 유의성이 유지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업무 시 높은 집중도와 지속적인 주의가 요구되는 항공교통관제사의 업무몰입을 향상시키기 위해 직무만족을 높일 수 있는 조직 차원의 지원과 교대근무 환경을 고려한 수면 관리 전략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교대근무 체계하에서 근무하는 고위험 직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업무몰입의 예측 요인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업무 관련 요인과 수면 특성을 함께 고려하여 업무몰입을 분석함으로써, 항공교통관제사의 근무 특성을 반영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를 보완한다.
다만 본 연구는 일부 기관에 근무하는 항공교통관제사를 대상으로 수행되었으므로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대상자 범위를 확대하고, 다양한 근무 형태 및 개인 특성을 함께 고려한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