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항공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항공기 운항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항공정비 인력의 전문성, 그리고 해당 인력의 역량을 검증하는 자격증 제도의 국제 호환성에 대한 요구가 크게 증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은 항공정비사 전문 교육기관은 약 38개소에 이르며, 재학생 수는 약 3,500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2025년 초 기준으로 국내 민간항공사에 근무하는 항공정비 인력은 약 6,000명 수준이며, 이 외에도 항공서비스업체, 군, MRO 업체 등에서 다수의 항공정비 인력이 활동하고 있다(AirPortal, 2025). 이처럼 양적 측면에서 국내 항공정비 인력 기반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으나,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력 규모를 넘어 항공정비사 자격증 체계가 국제 기준과 얼마나 구조적 정합성을 갖추고 있는가가 핵심적인 과제이다.
국제민간항공 분야에서 항공정비사의 전문성은 단순히 자격증의 취득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부여된 자격증의 범주가 실제 산업현장의 직무 범위와 일치하는지, 교육과정이 자격요건과 긴밀히 연결되는지, 자격증 시험이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적절히 검증하는지, 나아가 실무경력이 현장의 작업 권한과 연계되는지 등의 제반 요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를 비롯하여 미국의 연방항공청(FAA), 유럽연합 항공안전청(EASA), 호주 민간항공안전청(CASA) 등 주요 항공 선진국의 제도는 자격, 교육, 평가, 경력 등의 연계를 제도적으로 깊이 있게 구현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반면, 국내 제도는 형식적인 자격 구분은 갖추고 있으나, 표준 교육교재와 시험과목, 문항 수, 실무경력 연계 측면에서 구조적인 재검토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국내의 항공정비사 자격제도와 관련된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국가별 자격증의 종류, 시험과목의 수, 교육교재 권수 등을 평면적으로 나열하고 비교하는 서술적 접근에 치우친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본 연구는 항공정비사 자격제도의 국제화를 단순히 ‘해외 제도의 표면적 도입’ 문제가 아니라, ‘자격증 범주, 교육 훈련, 시험평가, 실무경력, 현장 권한’ 간의 체계적 정렬 및 정합성 확보 문제로 재정의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구체적인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 제도를 국제 주요 체계(ICAO, FAA, EASA, CASA)와 비교 가능한 분석 틀로 재구성한다. 둘째, 재구성된 틀을 바탕으로 국내 자격증 제도의 구조적 정합성 수준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셋째, 분석 결과를 토대로 국내 항공정비사 자격증 제도의 실효적 국제화를 위한 체계 개선방안을 도출한다.
Ⅱ. 이론적 배경
전문직업군의 자격증 제도는 시험 합격자에게 법적 자격을 부여하는 행정 절차를 넘어, 특정 직무를 안전하고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을 제도적으로 검증하고 보증하는 체계이다. 따라서 자격제도의 실효성은 개별 규정의 존재 여부보다는 자격증 범주, 교육과정, 평가체계, 실무경력, 현장 권한 등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격증 제도의 핵심은 제도 구성요소 간의 체계적 정합성(systemic alignment)에 있다. 자격증 범주가 실제 직무와 대응하지 못하거나, 교육과 평가가 자격증 범주의 세분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며, 실무경력이 자격 취득 이후의 권한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자격증 제도는 형식적 분류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자격, 교육, 평가, 경력 등이 상호 정렬된 체계는 산업현장의 요구를 반영하면서도 국제적 상호인정 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특히, 항공정비 분야는 항공기 구조, 동력장치, 항공전자, 인적요인, 정비절차, 오류관리 등 복합적 지식과 숙련이 동시에 요구되는 안전중심 영역이므로, 자격제도의 정합성 문제는 단순한 교육행정의 효율성 차원을 넘어 항공안전과 직접 연결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인적자원 면허제도가 지식, 기술, 경험, 권한 등의 최소요건을 체계적으로 연동해야 함을 제시하고 있으며, 주요 항공 선진국 역시 자격증 범주와 교육 훈련 및 실무경력 관리 체계를 긴밀히 연결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ICAO, SRPA, Annex 1). 따라서 국내 항공정비사 자격증 제도를 평가할 때에도 개별 시험과목이나 자격 명칭만을 비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격증 제도 전체의 정렬 구조를 분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항공 분야의 교육훈련 패러다임은 이수시간 중심(time-based) 방식에서 실제 직무 수행능력 중심의 역량기반 교육 훈련 및 평가(competency-based training and assessment, CBTA)로 전환되고 있다. ICAO는 Manual on Competency-based Training and Assessment for Aircraft Maintenance Personnel (Doc 10098)'을 통해 항공정비 인력이 갖추어야 할 역량을 단순한 지식 암기가 아니라 판단력, 절차 이해, 시스템 분석, 오류 대응, 안전중심 의사결정 등 관찰 가능한 수행능력의 형태로 정의하고, 교육과 평가가 이러한 역량 단위를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자격시험의 과목 수나 문항 수를 단순한 행정적 형식이 아니라, 직무역량을 얼마나 세분화하여 측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재해석하게 한다. 즉, 교육 내용이 방대하고 직무가 복합적일수록 평가 역시 세분화 및 구조화될 필요가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제도는 광범위한 학습 내용을 충분히 변별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게 된다. 이러한 역량기반 접근은 미국 FAA, 유럽 EASA, 호주 CASA의 제도에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다. FAA는 Airframe(A)과 Powerplant(P) 등급을 중심으로 필기시험, 구술시험, 실기시험을 통합하여 자격을 부여하고 있으며, EASA와 CASA는 A, B1, B2, C 등 보다 세분화된 범주와 기본지식, 기본경력, 형식교육(type training), 현장훈련(OJT) 등을 연계하고 있다. CASA 역시 자격증 범주를 기계계통과 항공전자계통 및 정비환경별 권한과 직접 연결한다. 이러한 점은 항공정비 자격증 제도의 핵심이 단순한 시험 합격 여부가 아니라, 교육, 평가 및 실무경험 등을 통해 실제 현장 권한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있음을 보여준다.
자격증 제도의 실효성을 설명하는 이론적 관점으로는 Baldwin & Ford(1988)의 훈련전이 이론이 여전히 유효하다. 이 관점에 따르면 교육훈련의 효과는 훈련 내용 자체뿐 아니라, 학습자가 실제 직무환경에서 해당 지식과 기술을 일반화하고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질 때 비로소 현실화된다. 최근 체계적 문헌 고찰 연구는 훈련전이가 조직 내부의 의사소통, 조직문화, 실행 분위기, 제도적 준비도 등에 의해 촉진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Jackson et al., 2019). 이는 항공정비사 자격증 제도에서도 교육훈련과 평가가 우수하더라도, 그것이 실무경력 관리, OJT, 감독체계, 그리고 권한 부여 메커니즘과 연결되지 않으면 현장 적용성이 약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국내 제도 개선은 자격증 범주의 세분화만이 아니라, 교육 및 평가 결과가 실무경력과 권한으로 이어지는 훈련전이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향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항공정비사 자격증 제도 및 훈련과 관련하여 Kim(2012)은 항공정비사 자격과 국제 자격의 변환 문제를 다루며 제도 상호인정의 필요성을 제기하였고, Nam & Park(2014)은 CIPP 평가모형을 기반으로 항공종사자 전문교육기관의 교육과정 평가준거를 개발하여 교육질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최근 Lee(2024)는 우리나라 항공정비사 자격제도 및 훈련의 국제화 방안을 모색하였으며, Kim(2024)은 항공정비 자격증명 법규의 변천사를 짚으며 ICAO 국제 기준 대비 국내 제도의 용어 혼선과 과도한 규제 측면을 지적하였다.
항공정비사 자격증 제도의 국제화는 개별 국가 제도의 표면적 차이를 나열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격증 범주의 구조적 정합성, 교육 및 평가의 역량 정합성, 그리고 실무경력과 현장 권한의 연계성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제도 전체의 정렬 상태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기에 본 연구는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국내 제도를 국제 주요 체계와 비교 및 분석하고자 한다. Table 1은 연구문제 및 분석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Ⅲ. 연구방법
본 연구는 항공정비사 자격증 제도의 구조적 정합성과 국제적 개선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질적 비교연구이다. 계량적 통계분석보다는 제도 설계의 논리와 각 법적·행정적 요소 간의 연결성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분석 대상은 우리나라 국토교통부의 항공정비사 자격제도를 중심으로, 국제 민간항공 분야의 표준을 주도하는 4대 주요 체계를 선정하였다. 기준이 되는 ICAO Annex 1(personnel licensing), 가장 널리 통용되는 미국 FAA 14 CFR Part 65/147, 모듈형 역량 평가의 표준인 유럽 EASA Part-66, 그리고 이를 준용하여 고도화된 시스템을 구축한 호주 CASA Part 66 체계이다. 자료의 수집은 국내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항공정비사 표준교재를 비롯하여 각 국가의 공식 법령(CFR, regulation EU), 부속서(Annex, appendices), 공식 가이드라인(FAA AC 65-9A, EASA FAQ, CASA manual of standards) 등을 활용하였다. 분석은 총 세 단계로 진행되었다. 첫째, 국가별 자격범주의 법적 구조와 종류별 한정을 비교하였다. 둘째, 교육훈련(교재 모듈)과 이론시험(과목, 문항 수)의 연계성을 도출하였다. 셋째, 실무경력(OJT, Logbook 등)과 현장의 직무 권한이 어떻게 결합하는지 분석하여 국내 제도의 근본적 취약점을 확인하고 개선 방향을 도출하였다. 다만, 본 연구는 관련 법령, 부속서 및 공식 문헌 비교에 집중한 질적 연구로서, 실제 교육현장 종사자나 항공사 실무진을 대상으로 한 실증적 수용성 조사(설문 등)가 제외되었다는 한계를 지닌다.
IV. 국제 비교 분석
항공정비사 자격증 제도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제시하는 국제 기준을 토대로 각 국가 및 지역이 자국의 산업 구조와 감독체계에 맞추어 구체화한 제도이다. ICAO Annex 1은 항공종사자 자격증명에 관한 최소 기준을 제시하며, 항공정비 인력에 대해서도 지식, 기술, 경험 및 자격 부여의 기본 방향을 국제적으로 정합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ICAO Doc 10098은 항공정비 인력에 대한 역량기반 교육훈련 및 평가의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정비인력 양성이 단순한 시간 충족형 훈련이 아니라 실제 직무능력 중심으로 재설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ICAO는 개별 국가의 면허체계를 직접 규정하지는 않지만, 자격범주와 교육, 평가, 경험요건을 설계하는 상위 기준으로 기능한다. 미국 FAA 체계는 항공정비사 자격을 기체(airframe)와 동력장치(powerplant) 중심으로 구분하고, 기본적으로 A&P 자격의 형태로 운영한다. 해당 제도는 승인된 교육기관 이수 또는 실무경력 입증을 통해 시험 응시 자격을 얻은 후, 필기(knowledge), 구술(oral), 실기(practical) 평가를 통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자격 취득 단계에서부터 교육 또는 실무경험과 평가가 결합하는 구조를 갖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비해 유럽 EASA와 호주 CASA는 자격범주를 보다 세분화하여 A, B1, B2, C 등으로 운영하며, 기계계통과 항공전자계통의 구분, 항공기 종류별 하위범주, 기본지식 및 기본경력 요건, 형식교육과 OJT 등을 체계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제도들은 모두 항공정비사 자격증 제도가 단지 시험 중심 제도가 아니라, 교육, 평가, 경력, 권한 등을 연동하는 종합적 제도임을 보여준다.
국가 간 자격증 제도의 비교는 단순한 제도 나열이 아니라, 각 체계가 자격범주를 어떻게 설정하고, 교육훈련과 시험평가를 어떠한 방식으로 조직하며, 실무경력과 현장 권한을 어떤 메커니즘으로 연결하는지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러한 비교는 국내 항공정비사 자격증 제도의 구조적 취약점이 개별 요소의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제도 구성요소 간 정렬 부족 때문인지를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는 데 기여한다.
국내 항공정비사 자격증 체계는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제81조에 근거하여 항공기 종류 한정(비행기, 헬리콥터, 비행선, 활공기, 항공우주선)과 업무 한정(기체, 발동기, 프로펠러, 전자·전기·계기)을 결합한 구조로 운영된다. 형식적으로는 업무 분야가 세분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 교육교재와 시험체계가 이러한 세부 한정을 깊이 있게 뒷받침하지 못하여 구조적 정합성이 낮게 나타난다.
미국 FAA의 제도는 14 CFR Part 65 Subpart D에 따라 기체(airframe, A), 동력장치(powerplant, P), 그리고 이를 결합한 A&P 자격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나 유럽과 달리 '항공전자정비사'라는 단독 자격증을 항공 당국(FAA)이 발급하지 않는 것이 큰 특징이다. 따라서 미국의 항공사나 MRO 현장에서는 항공전자 정비인력을 채용할 때 FAA의 A&P 자격과 함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발급하는 일반 무선통신사 면허(GROL: general radiotelephone operator license)를 별도로 요구하여 실무 역량을 담보한다(FAA, 14 CFR Part 65).
유럽연합 EASA(Part-66)와 호주 CASA(Part 66)는 자격증 범주를 직무 권한과 철저히 연계하여 설계하였다. Category A(경정비), B1(기체/엔진 및 기계계통 중심), B2(항공전자 중심), C(MRO 중정비 중심) 등으로 대분류를 나누고, 하위분류(B1.1 터빈 비행기, B1.3 터빈 헬리콥터 등)를 두어 복잡한 현대 항공기 구조에 명확히 대응한다. 특히 국내의 항공정비사와 항공전자정비사 체계는 각각 EASA/CASA의 B1.1(aeroplane turbine) 및 B2(avionics)와 유사한 목적을 가지나, 모듈의 깊이와 정렬 수준에서 차이를 보인다.
Table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국내 자격증 제도는 명칭상의 구분은 존재하나 이를 뒷받침하는 모듈형 교육 체계와 분리된 반면 EASA와 CASA는 면허 범주 자체가 하나의 직무 기술서이자 교육훈련 지침으로 기능하여 현장의 작업 권한(예: CASA의 LAME)과 직접 연동된다. 이는 국내 제도 개선의 핵심이 자격 명칭을 단순히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범주와 운영체계 간의 견고한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임을 시사한다(Kim, 2024; Lee, 2024).
항공정비 인력 양성의 국제 표준 지침인 ICAO Doc 7192(Part D-1)에 따르면, 항공정비사 교육은 항공법, 자연과학(수학/물리), 항공기 일반, 항공기 공학, 항공기정비, 항공전자, 인적요인 등 다방면의 역량을 포괄해야 한다. Table 3은 ICAO의 기준 교육 영역과 국내 제도의 과목 대응성을 보여준다. 국내의 표준교재는 미국 FAA의 3권 체계(general, airframe, powerplant; AC 65-9A 참조)를 바탕으로 번역 및 확장하여 도입한 성격이 강하다. 현재 비행기·헬리콥터 등을 아우르는 국내 정비사 과정은 5개 과목(항공법규, 정비일반, 항공기체, 발동기, 전자전기계기)을 기반으로 과정에 따라서 7~8권의 교재를 사용한다. 문제는 교육 분량이 과목당 500~700페이지에 달할 만큼 방대하지만, 필기시험은 모든 과목이 객관식 25문항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총 125문항). 반면, 미국의 경우 3개 과목에 대해 각각 60문항에서 100문항을 출제하여 총 260문항의 공개 문제은행 기반 평가를 수행된다. 추가로 우리나라와 미국의 자격시험은 필기시험 외에 구술 및 실기시험이 적용된다(FAA 14 CFR Part 147).
유럽 EASA와 호주 CASA 시스템은 평가의 방법을 한층 구체화했다. 교재를 18개의 세부 모듈로 나누고, 각 지식수준을 Level I, II, III 등급으로 세분화하여 자격증 종류에 따라 적용한다. 예를 들어 EASA B1.1 자격을 취득하려면 13개 모듈 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교재 분량에 비례하여 수학, 물리 등 기초과목은 32~52문항, 정비실무나 기체 시스템 모듈은 70~100문항 이상 출제되어 총 500문항 이상의 방대한 평가를 거친다. 또한, 복잡한 시스템의 문제 해결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객관식 외에도 에세이(서술형) 시험을 도입하고 합격 기준도 75%로 상향 설정하였다(EASA Part-66). 국내 제도는 넓은 범위를 소수의 문항으로 압축하여 평가함으로써, 시스템의 복잡도가 증가하는 현대 항공기정비에 필요한 세밀한 직무역량을 변별해내는 데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Table 4는 국가별 항공정비사 자격시험을 위한 교육교재, 시험과목, 시험 문항 등을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자격증명 제도의 실효성은 교육 및 평가를 통해 검증된 인력이 실제 정비 현장의 실무경력과 어떠한 방식으로 결합하여 법적 권한을 행사하는가에 의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ICAO Annex 1은 자격 취득 전후의 최소 실무경력을 명시하고 있으며, EASA와 CASA는 이를 더욱 세분화하여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유럽과 호주는 단순한경력의 ‘기간’뿐만 아니라, 특정 시스템을 직접 다루어 보았는지(OJT 수행), 기종별 형식교육을 이수했는지를 개인 로그북(logbook)을 통해 철저히 검증한다(EASA Part-66 FAQ). 반면 국내 제도는 일정 기간의 경력을 응시 요건으로 두고 있으나, 자격 취득 후 획득하는 현장 역량이 교육/시험 결과와 어떤 방식으로 누적 관리되는지에 대한 체계적 개인 로그북 의무화나 세분화된 OJT 추적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국내 항공정비사 자격증 제도의 한계는 개별 요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의 정렬 부족(misalignment)에서 기인한다. 첫째, 비행기와 헬리콥터, 비행선 등 특성이 다른 자격증 범주가 5개의 공통된 표준교재를 공유함으로써 불필요한 내용의 학습이 발생하여 교육 효율을 저하시킬 수 있다. 둘째, 교육 분량 대비 부족한 시험과목과 문항 수(과목당 25문항)로 인해 정밀한 역량 검증이 어렵다. 셋째, 실무경력의 구조화를 통해 현장 정비 권한으로 연계하는 관리 체계가 미비하다. 이러한 제도적 불일치는 정비인력의 전문성 확보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항공안전 및 자격증명의 국제 상호인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Table 5는 국가별 실무경력 및 현장 권한 연계 비교를 보여주고 있다.
V. 국내 제도 개선방안
본 연구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항공정비사 자격제도가 국제적 정합성을 확보하고 역량 중심의 전문 인력 양성 체계로 전환되기 위한 정책적 개선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현행처럼 종류 한정과 업무 한정이 법적으로 존재함에도 단일한 교육·평가 프레임으로 묶여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유럽 EASA와 호주 CASA의 체계처럼, 기계계통(B1 중심)과 항공전자계통(B2 중심), 그리고 항공기 종류(터빈/왕복, 비행기/헬기) 등 현장의 실제 작업 권한 수준을 반영하여 자격범주를 단계적으로 모듈화해야 한다. 자격증의 카테고리 자체가 곧 교육 모듈의 이수 경로가 되도록 직무기반 설계를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비행 특성이 다른 여러 종류의 자격증들이 같은 교재를 공유하는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표준교재를 '공통 기초 교재'와 '자격 특화 교재'로 이원화하여야 한다. 항공법규, 수학, 물리, 정비일반 등은 공통 모듈로 구성하고, 기체, 엔진, 특수 항공전자 장비 등은 해당 자격증 범주를 선택한 인원만 깊이 있게 학습하도록 분리해야 한다. 현재 시스템별로 나열된 표준교재의 구성을 실제 산업현장의 항공기 정비매뉴얼(AMM) 체계인 'ATA Chapter' 기준으로 전면 재편집할 필요가 있다. 또한, EASA 교육 체계와 같이 교재 내용에 난이도 등급(level 1: 용어/기초, level 2: 시스템 기능 이해, level 3: 고장탐구 및 문제 해결)을 명시하여 자격 수준별로 차등 적용한다면 교육의 실효성과 현장 적응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개별 과목을 25문제로만 평가하는 현재의 방식은 역량의 효율성을 급격히 절하시킨다. 교육교재의 재편에 맞추어 시험과목을 세분화(예: EASA 기준 12~13과목 이상)하고, 각 과목의 교육 분량 및 직무 중요도에 비례하여 문항 수를 60문항에서 최대 100문항 수준으로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Nam & Park, 2014). 또한, 단순 암기 지식 중심의 객관식을 넘어, 고장탐구 시나리오 기반의 실무형 문항이나 핵심 절차에 대한 에세이(서술형), 고도화된 구술 검증을 융합하는 다층적 평가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실무경력이 자격 취득을 위한 단순한 ‘경과 시간(time)’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자격 취득 준비 단계부터 현장 배치 이후까지 특정 정비 항목을 수행했음을 확인받는 '개인 로그북(logbook)' 제도를 공식화해야 한다. OJT 수행 기록이 감독자의 서명과 함께 관리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정비에서 중정비, 단순 작업 정비사에서 확인정비사로 단계적 권한을 부여하는 체계적 경력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위와 같은 전면적인 체계 개편은 단기간에 적용하기 어려우므로, 교육기관과 산업계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적 이행전략이 필요하다. Table 6과 같이 항공정비사의 자격증 체계 개선을 위한 단계적 이행 방안을 제시한다.
VI. 결 론
본 연구는 국내 항공정비사 자격증 제도를 ICAO, FAA, EASA, CASA 등 주요 국제 기준과 비교하여 체계적 정합성 관점에서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였다. 분석 결과, 국내 제도는 형식 비례적 확대 및 개인 로그북을 활용한 OJT 경력관리 강화를 핵심 개선방안으로 제시하였다. 본 연구의 학술적 의의는 항공정비 자격제도의 국제화 문제를 단순한 해외 사례의 소개나 행정적 규정 비교에 머물지 않고, 자격, 교육, 평가, 그리고 경력 요소 간의 체계적 정합성이라는 구조적 분석틀로 개념화하여 설명했다는 데 있다. 정책적으로는 국내 교육 기관들과 관련 감독 당국이 역량기반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커리큘럼 재편 방향과 평가 방식의 설계 지침을 실무적으로 제안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본 연구는 문헌 및 규정 분석에 기초한 질적 연구로서, 향후 교육기관, 항공사와 MRO 업체 실무자, 감독관 등을 대상으로 제도 개편안의 비용 효과성과 현장 수용성을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후속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