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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마일리지 유효기간의 불공정 약관 성립 여부: 대법원 2021다308030 판결을 중심으로

문혜영*, 황호원**
Hyeyoung Moon*, Howon 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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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법 박사과정/한국항공우주산업 변호사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
연락저자 E-mail : sundragon_599@naver.com 연락저자 주소 : 서울 마포구 신촌로50 28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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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Aug 31, 2025; Revised: Sep 10, 2025; Accepted: Sep 18, 2025

Published Online: Sep 30, 2025

ABSTRACT

This paper analyzes the legal validity and fairness of expiration clauses in airline mileage programs, focusing on the South Korean Supreme Court decision 2021Da308030. Despite airline miles being recognized as intangible assets, expiration periods—typically around ten years—raise disputes over consumer rights and contract fairness. The study reviews court rulings that balance airlines’ financial interests with consumer protections, emphasizing the need for clear notice and reasonable use opportunities. It also critiques the adequacy of airlines’ compensatory measures and compares international practices, underscoring the need for improved consumer protection and regulatory reforms in Korea.

Keywords: AirlIne Mileage(항공마일리지); Expiration Clauses(유효기간); Unfair Contract Terms(불공정약관); Consumer Protection(소비자보호); Airline Loyalty Programs(상용고객우대제도)

Ⅰ. 서 론

항공마일리지 제도는 1981년, 미국의 아메리칸항공의 “Aadvantage”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되었다(Kang, 2010). 항공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세계의 대다수 항공사가 이를 채택하였다. 현재 항공마일리지 제도는 항공사가 소비자에게 항공기 탑승 등의 이용실적에 비례하여 금전가치를 갖는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소비자가 적립된 마일리지를 사용하여 보너스항공권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되었다(Kang, 2010). 이는 단순히 단기적인 고객의 유인을 넘어서 장기적인 고객 유치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된다(Sung, 2004).

그러나 항공마일리지의 성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항공사는 마일리지를 항공운송서비스나 제휴사의 재화 또는 서비스 이용에 대한 보상(reward)으로 여긴다(Kim, 2010). 즉,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차원의 ‘덤’(bonus)으로 해석하고 있다(Kim, 2010). 문언 그대로 재산적인 성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항공기 탑승 승객과 같은 마일리지 이용자는 이를 다른 경쟁 항공사 서비스를 포기하고 특정 항공사의 운항 서비스를 계속 이용한 것에 대한 경제적 대가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서비스 이용금액에 마일리지 또한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는 유상으로 취득한 채권적 청구권이라는 취지이다(Kim, 2010).

한편, 국제회계기준(IFRS)의 변경에 따라 마일리지가 항공사의 부채로 분류되었다. 이에 따라 마일리지는 단순한 ‘덤’, 즉 보너스의 성격을 넘어 항공사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직접적으로 발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국제회계기준과 관련 절차들이 변경되면서, 기존에 논란이 되었던 마일리지의 재산성이 인정되었고 이는 소비자 보호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하는 약관이 불공정약관에 해당하지 않아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해당 판결은 마일리지의 재산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소비자 권리 보호와 항공사의 재무 건전성 관리 필요성을 비교하여 그 균형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법원의 기준을 제시하였다(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1다308030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동 대상판결의 법적 쟁점을 분석하고,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을 정하고 있는 약관의 타당성을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Ⅱ. 사안의 개요

2.1 사실관계

대상판결에서의 피고들은 상용고객 우대제도의 일환으로 항공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해 온 항공사들로, 고객들에게 각각의 약관에 따른 마일리지 혜택을 부여해 왔다. 한편, 원고들은 항공사들과의 사이에서 회원가입약정을 각 체결하고 항공사들이 제공하는 항공운송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항공마일리지를 지속적으로 적립해 온 회원, 즉 고객들이다.

그런데 2008년경,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제도에 유효기간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약관을 개정하였다. 피고들 중 한 항공사(국적사 A)는 회원약관 제4조에서 “2008년 7월 1일 이후에 적립한 마일리지는 10년 유효하며 유효기간 내에 사용되지 않은 마일리지는 소멸됩니다. 다만, 2008년 6월 30일 이전에 적립한 마일리지는 유효기간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국적사 A’ 또는 제휴 항공사를 이용한 마일리지는 탑승일로부터, 제휴사를 이용한 마일리지는 회원 계좌에 적립된 날로부터 유효기간이 적용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다른 항공사(국적사 B)는 제6조에서 “2008년 10월 1일부터 항공 탑승 또는 마일리지 적립 시점의 회원 자격에 따라, 매직마일즈 및 실버, 골드 회원 자격으로 적립한 마일리지는 10년째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다이아몬드 이상 우수회원 자격으로 적립한 마일리지는 12년째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유효하며, 유효기간 내에 사용되지 않은 마일리지는 소멸됩니다. 단. 2008년 9월 30일까지 적립된 마일리지는 유효기간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국적사 B’ 또는 제휴 항공사를 탑승한 마일리지는 탑승일로부터, 제휴사를 포함한 기타 마일리지는 회원 계좌에 적립된 날로부터 유효기간이 적용됩니다.”라고 변경하였다(이하 이와 같이 10년의 유효기간을 설정한 항공사들의 약관을 ‘이 사건 약관 조항’이라 한다).

2.2 원고들의 청구

원고들은 이 사건 약관 조항으로 인하여 마일리지가 소멸된 자들로, 항공사의 고객이다. 이들은 먼저 마일리지를 이용하여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소 5,000 마일리지를 적립하기 전까지는 실질적인 권리의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일리지 추가 적립 시에는 기존에 쌓아왔던 마일리지를 향후 사용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한 바, 항공사들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으므로 일종의 ‘시효 중단사유’가 존재하는 것인데, 이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적립 시부터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해당 마일리지가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으로 정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사건 약관 조항이 10년의 유효기간을 정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공정성을 잃어 무효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고객들은 항공사들이 변경된 약관에 따라 유효기간 10년을 적용하여 소멸시킨 각 마일리지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Ⅲ. 법원의 판단

3.1 마일리지 유효기간 도입에 따른 1심(2019가단2760 마일리지 지급)의 판시사항 및 판결이유
3.1.1 불공정약관의 기본법리 및 판시사항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 제6조 제1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라고 본다. 나아가 동 법 제6조 제2항 제1호는 약관의 내용 중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 대상판결의 제1심에서는, 이와 같은 이유로 무효로 보기 위하여는 단순히 약관조항이 고객에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업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약관 작성자가 소비자인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조항을 작성 및 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약관조항의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 여부는 그 약관조항에 의하여 고객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불이익 발생의 개연성, 당사자들 사이의 거래과정에 미치는 영향,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214864 판결, 대법원 2008. 12. 16. 자 2007마1328 결정,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카2389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즉 단순히 항공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더 나아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는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법원은 항공마일리지 제도를 “항공사들이 고객유치의 목적으로 자사 및 제휴사(타항공사, 신용카드사 등)의 항공기 탑승실적 또는 이용실적 등을 계산하여 고객에게 무상으로 항공권을 제공하거나 좌석승급 등을 해주는 제도”라고 보아 기적립된 항공마일리지가 단순한 소비자들의 기대권을 넘어 재산권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측면이 존재함은 인정했다. 다만 당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았을 때 이 사건 약관조항을 무효라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하여 결국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3.1.2 판결이유

법원은 크게 세 가지의 이유를 들고 있다. 먼저 마일리지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처분하거나 이용하는 데에 있어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마일리지는 고객들이 유상항공권, 기타 재화, 서비스 및 용역을 구매할 목적으로 대가를 지급한 데 대하여 부가적으로 취득하게 되는 보너스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산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사업자는 마일리지의 적립 및 사용조건과 같이 제도의 운영과 관련된 사항을 소비자와 합의하여 변경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즉, 항공사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약관을 통해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을 두거나 타인에게의 양도 및 상속을 금지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의 마일리지의 이용 및 처분에 일정 정도의 제한을 가하는 것도 허용된다는 취지이다.

두 번째는, 이 사건 약관 조항의 합리적 필요성에 대한 부분이다. 사업자인 항공사들은, 변경된 기업회계기준으로 인하여 누적된 미사용 마일리지가 모두 부채로 계상되게 되자 이 사건 약관 조항을 도입하여 그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법원은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 볼 때 마일리지 운용에 있어 유효기간을 둘 합리적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시했다. 특히 이는 항공사들이 이 사건 약관 조항의 도입으로 인하여 고객들에게 특별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 사건 약관 조항은 적용에 있어 별도의 시점을 두고 있고, 기존에 발생한 고객들의 마일리지를 소급하여 제한하거나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다. 유효기간 또한 마일리지와 유사한 ‘상용고객 우대제도’와 비교해 보았을 때 과도하게 단기간이 아니다. 카드사 및 주유 포인트, 기타 멤버쉽 포인트의 유효기간이 일반적으로 5년 내외이고, 전세계 다른 항공사들 또한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년에서 4년 정도로 두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약관 조항에서 10년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이러한 사정들은 고객들에게 충분히 사전고지 및 안내가 되었으므로, 고객들의 불편을 줄이고 항공사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다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정 시점과 노선에 수요가 집중되는 항공권의 특성을 든다.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나뉘어 있는 산업의 특성상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특정 노선, 즉 항공편을 자유롭게 구매하는 것은 현금을 이용하더라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일리지를 이용해서 성수기에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이 쉽지 않다거나, 항공사에서 마일리지 구매를 위한 보너스 항공권 좌석 수를 별도로 제한해 둔다는 점만으로는 항공사들의 마일리지가 유효기간 내에 모두 소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사용이 제한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았다. 또한 법원은 단독으로 항공권 구매가 불가능한 소액의 마일리지의 경우 제휴서비스를 통해 사용하거나 가족합산제도를 통해 보너스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으며, 항공사들이 이 사건 약관 조항 도입 이후에도 소비자들이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휴항공사를 늘리고, 제휴사용처와 부가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장하였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3.2 마일리지 유효기간 도입에 따른 2심(2020나62103 마일리지 지급)의 판시사항 및 판결이유
3.2.1 판시사항

법원은 제1심에서 제출된 증거에 양 당사자들이 2심에서 추가로 제출한 증거들을 더하여 보더라도 제1심 법원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며, 일부 판결이유를 더하는 것 외에는 제1심 판결과 동일한 결론을 내려 이를 그대로 인용했다.

3.2.2 판결이유

제1심 판결이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마일리지는 항공사와 고객들 사이에서 계약상 인정되는 재산권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그 특성상 사적자치의 원칙에 기반한다. 그러므로 이에 대해 민법 하에서의 전형적인 재산권 정도의 보호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는 마일리지의 적립이 늦어질 경우 이자에 갈음하여 지연손해 마일리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는 양 당사자들이 합의한 바에 기초하여 적립시부터 유효기간이 진행하되 그 중단사유를 두지 않는 것도 허용된다고 보아야 하며, 이는 민법 소멸시효의 법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러하다. 민법 제184조 제2항에 따르면 소멸시효 기간을 단축시키거나 요건을 경감하는 양 당사자 간의 합의는 인정하고 있지만, 당사자 간 약정으로 이를 배제하거나, 그 기간을 연장하는 등과 같이 요건을 강화하는 약정은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민법 하에서도 제척기간 제도를 두어 그 중단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두고 있으므로, 이러한 기간의 정함이 절대적인 것도 아니라 할 것이다.

3.3 마일리지 유효기간 도입에 따른 3심(2021다308030 마일리지 지급)의 판시사항 및 판결이유
3.3.1. 불공정약관의 기본법리 및 판시사항

약관법 제2항 제1호, 제6조 제1항에 따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보기 위해서는, 이러한 약관 조항이 소비자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업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고객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 조항을 작성ㆍ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약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다274904 판결,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0다27887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이 약관 조항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는 관계법령이나 거래관행 등에 비추어 해당 약관 조항이 고객에게 어떠한 불이익을 발생시키는지, 고객이 사업자와 개별적으로 합의하였더라도 동일한 내용이 포함되었으리라고 할 수 있는지, 고객의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한 사업주의 정당한 이익이나 합리적 사유가 있는지, 사업자가 고객의 불이익을 상쇄하거나 최소화할 만한 합리적인 조치를 두어 고객의 이익도 충분히 배려하였는지 등을 다른 약관 조항 등 계약 전체의 내용, 계약을 통해 추구하고자 한 이익의 내용과 그 사이의 균형, 거래관계의 실질적인 사정, 사업의 특성 등에 비추어 심사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약관 조항이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조항에 이르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내려 상고를 기각했다.

3.3.2 판결이유
3.3.2.1 국내법 및 기타 유사사례와의 비교

고객이 취득한 항공마일리지는 일반적으로 재화나 기타 서비스와의 교환 수단으로 사용되고, 사업자는 마일리지의 판매 및 소진 과정에서 일정 금액 상당의 이윤을 창출하므로, 동 마일리지가 재산적인 가치를 가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마일리지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는 약관을 통해 양 당사자의 약정 범위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므로, 사업자는 사적 자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마일리지 제도의 유지 여부, 취득 및 사용 조건, 교환대상이 되는 서비스 및 재화 등에 관한 계약내용 형성의 자유를 가진다.

그러므로 이를 전형적인 채권으로 볼 것은 아니고, 민·상법상의 소멸시효 규정 등은 해당 약관이 불공정한지를 살펴볼 때 일응의 기준으로 적용될 수 있을 뿐이다. 이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약관 조항은 상인인 항공사들이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것임에도 상사시효가 아닌 민사상 소멸시효에 준하는 10년의 유효기간을 정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보아 이 사건 약관 조항이 고객들을 현저히 불리한 지위에 두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본래 소멸시효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이를 배제, 연장 또는 가중할 수 없으나 이를 단축 또는 경감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또한 항공마일리지와 유사하게 상용고객 우대제도의 일환으로 부여되고 있는 신용카드 및 기타 멤버쉽 포인트, 전자형 모바일 온라인 상품권과 같은 경우에도 통상 1년 내지 5년 정도 기간의 유효기간을 두고 있다. 나아가 유사한 항공 마일리지 제도를 두면서 유효기간을 도입한 해외 항공사들의 경우에도 대부분 그 기간을 4년 이내로 두고 있는 것이 확인 가능하다. 이와 같이 유효기간을 두고 있는 약관들을 살펴보면, 통상 그 기산점을 설정함에 있어서 포인트나 마일리지 적립 시라고 하고 있을 뿐 소비자가 원하는 특정 서비스의 이용이 가능한 정도의 양에 이르러야만 비로소 유효기간이 진행된다는 약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외국 항공사들은 마일리지가 추가 적립되거나 일부라도 사용되는 경우 유효기간의 진행이 중단되고 처음부터 그 기간이 기산된다는 정책을 두고 있기는 하나, 이는 유효기간이 3년 이내의 단기이기 때문에 인정되는 예외적인 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모두 감안하면, 이 사건 약관 조항에서 기산일을 적립시점으로 하고 별도의 유효기간 중단사유를 두지 않은 것이 관련 산업의 거래 관행에 비추어 현저히 불리하거나 예견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어려울 뿐더러, 항공사들이 소비자들과 개별적으로 협상을 했을 경우 계약에 포함되지 않았을 제도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3.3.2.2 계약 전체의 내용과 거래관계 고려

다만 불공정한 약관 조항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형식적인 심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해 형평에 어긋나는지를 계약 전체의 내용, 취지 및 거래관계에 있어서의 실질적인 사정에 비추어 살펴보아야 한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이 도입한 마일리지 유효기간 제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발생하는지, 이를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 사유나 기타 이익이 존재하는지, 사업주인 항공사들이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적정한 방안들을 제공하고, 나아가 고객들이 합리적으로 기대하는 수준에 비추어 그 이상으로 마일리지의 경제적 가치를 유지시켜 주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이러한 관점에서 항공사들이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을 도입함으로써 고객들에게는 일정기간 경과에 따라 마일리지가 소멸하는 불이익이 발생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실제 매년 사용되지 못하고 소멸되는 마일리지가 상당한 양에 이르는 것만 보아도 항공사들의 경직된 마일리지 제도 운용으로 인해 유효기간 내에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준의 변경으로 마일리지가 선수 수익으로서 부채 계정에 계상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적립할수록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부채가 늘어가게 되므로 마일리지를 적정 기간 내에 소진시켜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음은 인정된다고 하여 어느 정도의 합리적 사유가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원심인 1심, 2심 재판부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사업주인 항공사들이 고객들이 유효기간 내에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적정한 방안들을 다양하게 강구하고, 그 가치를 유지시켜 주기 위해 노력한 사정이 인정되는바 그렇다면 이와 같은 약관 조항이 사적 자치의 한계를 일탈하여 동 약관 조항을 무효라고 볼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3.4 소결

1심에서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법원은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약관법상 불공정약관은 단순히 사용제한을 통한 불이익을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거래상 지위 남용, 정당한 기대·이익의 침해, 건전한 거래질서의 훼손 등 엄격한 요건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봤을 때 마일리지의 재산성은 인정하지만, 계약 자유의 원칙 및 사적 자치에 따라 일정한 제한, 특히 사업자의 재무·경영상 필요성에 따라 유효기간을 둘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유효기간 만료 전 마일리지 소진의 어려움, 제도 운용의 경직성 등 소비자 편익 제한 요소는 있으나, 업계 관행 또는 유사 포인트 제도와 비교해 보더라도 고객에게 현저히 불리한 수준이 아니므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약관이 약관법상 무효라거나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현저한 불공정 조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Ⅳ. 마일리지의 유효기간 설정이 불공정한 약관인지 여부

대상판결은 형식적으로는 10년이라는 기간의 설정이 적정한지를 살펴보고, 실질적으로는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합리적 조치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부분을 검토하였다. 이를 위하여 먼저 국내법 및 유사한 거래관행을 살펴보았고, 구체적으로는 항공사들이 이 사건 약관 조항을 도입하게 된 사유가 무엇인지와 이를 고객들에게 안내한 방법, 더하여 어떠한 대안을 제시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였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적절하게 검토한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4.1 10년의 기간 설정이 적정한지 여부

대상판결은 형식적으로 해당 유효기간의 적정성을 검토하면서, 항공마일리지와 유사하게 상용고객 우대 제도로 부여되는 신용카드 포인트, 기타 멤버십 포인트 및 전자형 온라인 상품권의 경우에는 통상 5년 내지 그보다 짧은 유효기간을 두고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신용카드 포인트와 항공마일리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두 제도의 본질적인 성격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사용을 통해 적립되는 포인트는 적립과 동시에 실제 가치가 부여되어 직접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항공마일리지는 적립 후 항공권 교환 등 특정 조건 하에서만 실질적인 가치가 발생하는 제도로, 그 가치가 실시간으로 변동될 뿐 아나라 곧바로 현금과 교환되기도 어렵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항공사들은 초기에 ‘5년간 사용하지 않는 마일리지는 순차적으로 없앤다’는 취지의 개정안을 발표했으나,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Choi, 2024).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일리지 개선 문제에 대해 직접 나서게 되었고, 협의 끝에 2008년 7월 1일 이후 적립된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그 이전에 적립된 마일리지는 평생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변경된 바 있다(NTN, 2010).

이에 더하여 대상판결은 항공마일리지 제도를 두면서 유효기간 제도를 둔 외국 항공사들의 경우 대부분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상대적으로 단기간인 4년 이내로 정하고 있다고 정하며, 이에 비추어 보았을 때 항공사들의 유효기간 설정이 과도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정된 일부의 경우만을 살펴본 것일 뿐이다. 델타항공은 2011년 1월 1일부터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다 진전된 상용고객프로그램의 제공으로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동일한 항공사를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국제회계기준에서 마일리지이 만료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예측가능한 미사용마일리지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만 부채로 충당하는 것도 그러한 유인이 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 유나이티드 항공 또한 2019년 8월 기준으로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폐지하고 한 번 적립된 마일리지는 영구히 유지되도록 마일리지 플러스(mileage plus) 프로그램을 변경한 바 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미국에서는 ‘Protect Your Points Act’가 입법 단계에 있는데, 이 법안은 항공사와 기타 로열티 프로그램 제공자가 소비자에게 마일리지 및 포인트 관련 명확한 정보와 투명한 약관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며, 포인트 유효기간 폐지 또는 연장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U.S. Congress, 2024). 또한, 소비자가 자신의 현재 포인트 적립 현황을 쉽게 확인하고, 정당한 이유가 없을 경우 포인트를 소멸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법안은 소비자의 권익 향상과 상용고객우대제도와 같은 로열티 프로그램의 공정한 운영을 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술한 바와 같이, 대상판결은 마일리지 유효기간 도입의 적정성에 관해 판단하면서 포인트 등 유사사례와의 단순비교만을 통해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지나치게 단편적이라 할 것이다. 마일리지 약관 변경은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소비자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Ko, 2019). 따라서 소멸되는 마일리지의 양, 각 항공사의 마일리지 프로그램 회원 수, 타 항공사의 정책 현황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이고 세밀한 검토가 선행되었어야 한다.

4.2 실질적 필요성 및 조치가 인정되는지 여부

설사 해당 유효기간이 형식적으로 적절하다고 인정된다 할지라도 대상판결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그러한 기간 설정의 실질적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었는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충분하고 합리적인 소비자 보호 조치가 시행되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요건들이 모두 충족되었다고 판단하였으나, 본 논의에서는 이 또한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논증하고자 한다. 이하에서는 관련 쟁점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4.2.1 소비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의 정도

재판부는 마일리지의 재산성을 인정하면서, 항공사들이 유효기간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고객들에게는 마일리지 소멸이라는 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은 명확하다고 보았다. 심지어 항공사들은 동 제도를 운용함에 있어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경직된 방식을 따른다. 가용 마일리지 여부와 무관하게 적립 시부터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기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달리 유효기간의 중단사유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대표적인 예이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매년 실제로 사용되지 못하고 소멸되는 마일리지가 상당한 양이라는 점 또한 실질적으로 유효기간 내 마일리지 사용이 어려움을 시사한다고 설시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고객들이 지게 되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쉬움이 남는다. 2019년 9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자공시에 등록된 각 항공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대한항공 승객이 적립한 누적 마일리지 규모는 2조 2,135억 원, 아시아나가 7,23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Korean Air, 2019; Asiana Airlines, 2019). 회계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적립된 지 10년이 지나 2020년 1월 1일 자로 사라지는 마일리지가 대한항공이 3,940억 원, 아시아나항공이 996억 원으로 모두 4,936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Lee, 2019). 마일리지는 사용되기 전에는 항공사에 부채로 반영되므로, 소멸되는 시점부터 항공사들에게는 수익으로 전환된다.

항공사들은 매해 소멸하는 마일리지 금액 규모는 영업상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으나, 적립된 전체 마일리지의 상당 부분이 사용되지 못하고 기간이 경과되어 사라진다는 점은 자명하다. 이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항공편의 운항이 다수 취소되면서 마일리지 사용이 더욱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객 입장에서는 장기간 적립한 마일리지가 유효기간이라는 제도적 제한 때문에 무력화되어 결국 실질적인 재산 손실로 이어지는 상황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마일리지 사용처의 제한과 가용 좌석의 부족 문제 등으로 실제 유효기간 내에 마일리지의 소비를 계획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본인들의 마일리지 사용 의사와는 상관없이 항공사의 정책 변동에 따라 이를 모두 소멸시킬 수도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는 마일리지 유효기간 제도가 단순히 사용기간 설정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권익과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통계적 자료와 현황 분석에 비추어 볼 때, 유효기간 제도의 경직된 운영은 매년 대규모의 마일리지 소멸로 이어지는 등 고객에게 상당한 이용의 불편과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2.2 항공사의 유효기간 도입 필요성 여부

대상판결에서는 마일리지가 선수 수익으로서 부채 계정에 계상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적립해 둔 마일리지의 양이 늘어날수록 자동적으로 항공사들의 부채가 증가하게 되어 재무구조의 건전성이 악화되므로 항공사들로서는 기적립된 마일리지를 일정 기간 내에 소진시킬 사업상 필요가 있음은 인정된다고 하나, 이는 합리적 필요에 대한 잘못된 판단이라고 보여진다. 합리적 필요를 단순히 항공사의 입장에서만 살펴보았기 때문이다.

회계기준이 바뀜에 따라 일응 항공사들에게 부담이 증가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Park, 2017). 동 회계기준의 도입 전까지는, 항공권 판매시점에 고객에게 제공된 마일리지에 대한 수익을 인식하고, 예상 비용을 추정한 뒤 이를 충당부채로 인식하는 방법을 썼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항공권 판매 대가 중 마일리지의 공정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사용 시점 또는 유효기간 종료 시점까지 이연했다가 수익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변경되었다(Seo, 2011). 실제로 한국의 국제회계기준 전환 기준일인 2010년 1월 1일 대한항공의 차이가 어떻게 조정되었는지를 2011년 사업보고서에서 확인해 보면, 마일리지 보상 관련 이연수익으로 인해 부채가 7,940억 원 증가되었다고 주석으로 공시되었다(Korean air, 2012). 그러나 국제회계기준의 채택은 어디까지나 글로벌 회계 기준을 통일할 필요성과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신뢰성 있는 부채 인식을 위한 것이지 이러한 기준의 변경이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변경을 가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수는 없다.

법원이 유사한 사건에서 ‘합리적 필요’를 어떻게 판단했는지에 비추어 보아도 대상판결은 다소 균형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누진요금제도의 도입 자체가 전기사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지 여부에 대해 설시한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8다207076 판결에서는, 누진요금이 전기사업법 등 관련 법상의 규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요금 방식으로서, 이는 전기를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궁극적으로는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고, 이러한 제도의 도입를 통해 전력수급이 안정되면 결국 주택용 전기사용자들도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이익을 얻게 된다고 한다. 즉 이러한 요금 방식의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한정된 자원인 전기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서이고, 결국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전기사용자들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합리적 필요’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업상, 또는 경영상의 필요를 넘어서 사회적으로 해당 약관이 존재해야 할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2008년 이후 국제회계기준이 변경됨으로써 항공사들이 마일리지를 부채로 계상해야 한다고는 하나, 이는 항공사가 사업상의 필요로 마케팅에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마일리지제도를 도입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를 유효기간을 설정하고 고객의 이익을 저하시킬 합리적인 이유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4.2.3 항공사들의 대안이 적절했는지 여부

동 약관이 불공정약관인지를 살펴볼 때는, 약관의 작성자가 계약 상대방의 불이익을 상쇄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치를 도입하여 고객의 이익 또한 충분히 고려하였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계약 전체의 내용, 계약을 통해 양 당사자가 추구하고자 한 이익의 내용과 그 사이의 균형, 거래관계의 실질적인 사정, 산업 및 사업의 특성 등에 비추어 종합적으로 심사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은 항공사들이 ‘보너스 항공권’ 좌석현황을 공개하고, 사전에 수시로 마일리지 소멸시점을 안내하여 온 것이 합리적인 조치를 둔 것이라고 본다. 나아가 다양한 소액 마일리지 사용처를 제시하고, 마일리지 가족합산제도 및 복합결제제도 등을 둔 사정이 인정된다고 설시하며, 어느 정도 소비자의 불이익을 보완할 수 있는 적정방안이 구비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실질적으로 효력이 없거나, 해외의 타항공사들과 비교했을 때 그 정도가 현저히 부족하므로 고객의 불이익을 충분히 상쇄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례로 미국의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은 마일리지 제도의 유효기간을 전면 폐지하고 무기한 사용을 인정한다. 나아가 가족간 마일리지의 양도와 합산 또한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기존에 유효기간을 두고, 일정기간이 경과할 경우 소멸시키던 것과는 다른 태도이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제휴사를 두어 고객이 항공권 이외에도 마일리지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및 항공사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잔액 조회, 마일리지 소멸 알림, 보너스 좌석 현황 실시간 조회 기능 등 고객 편의를 극대화한 시스템을 운영하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변화는 아니다. 싱가포르항공 또한 가족 간 증여 기능을 가능하게 하고, 제휴처에서의 마일리지 사용을 확대하여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다.

반면, 본 건에서의 항공사들은 가족합산 범위, 마일리지 양도, 복합결제 옵션 등을 매우 제한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바, 실질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제휴사 및 마일리지의 사용처 또한 상대적으로 적고, 웹사이트 및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실시간 정보 제공이나 안내 체계가 미흡하여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일리지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또한, 유효기간 기산을 적립 시점부터 일률적으로 시작하고, 중단 사유를 인정하지 않는 경직된 제도로 고객의 실질적 이익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Chung, 2024).

이러한 점을 모두 종합하면, 항공사들이 제시한 마일리지 활용 대안들은 거래관계의 실질적 사정과 사업 특성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크다. 결국 고객 불이익을 충분히 상쇄하거나 최소화하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 권익 보호와 사업상 이해관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유효기간 제도 및 활용 방안은 합리적 조치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미흡하므로, 고객 이익 보호 차원에서 불충분하다고 평가된다.

4.2.4 마일리지의 가치가 유지되었는지 여부

항공사들이 이러한 적정방안을 제시함에 있어서는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기대하는 수준 이상으로 마일리지의 경제적 가치가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항공사들이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소액 마일리지 사용처를 살펴보면, 고객을 위한 다양한 선택지가 아니라 마일리지를 소멸시키고 부채를 탕감하기 위한 단순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마일리지의 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저평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전술한 바와 같이 항공마일리지의 경우 신용카드 포인트 등 기타 상용고객우대 프로그램과 달리 적립 즉시 그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일괄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마일리지를 보너스 항공권에 사용하는 경우를 상정해 볼 때 항공마일리지는 1마일당 15원에서 20원 정도의 가치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기타 다른 제휴처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경우와는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 1박을 예약하는 데 평일 기준으로 28,000마일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마일당 약 20원의 가치를 적용할 경우, 이는 약 56만 원의 가치를 나타내며, 호텔 웹사이트에서 판매되는 27만 7200원 가격 대비 약 2배에 달한다(2025년 8월 31일 체크인, 9월 1일 체크아웃 기준). 이와 같은 극심한 가치 저평가는 마일리지의 실질적 활용 가치를 감소시켜 고객의 경제적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JTBC, 2018). 이는 특정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대한항공 실제 항공기(B777-200ER) 소재를 업사이클하여 만든 키링모형은 현재 6,700마일로 구매할 수 있다(Korean Air mileage mall, 2025). 이를 실제 굿즈샵에서 구매할 경우 49,800원을 지불해야 한다(Korean Air e-skyshop, 2025). 이는 1마일당 7원 가량의 가치를 적용한 것으로, 실질적으로 보너스 항공권에 사용할 때에 비추어 50% 이상 낮은 가격으로 소진하게 되는 것이다.

더하여, 마일리지의 사용처가 주로 해당 항공사의 계열사로 제한되거나 항공사 홍보 상품으로 한정되는 경향 또한 마일리지 가치를 저하하는 원인이 된다. 이는 고객이 자유로운 의사로 마일리지를 이용하는 데에 큰 제약으로 작용하며, 유연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모형항공기(다이캐스트) 1대를 구매하는데 필요한 마일리지의 양이 동남아시아 왕복항공권과 동일한 가치로 책정되어 있다는 점은 그 불균형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항공사 측의 이러한 마일리지 정책 및 관련 굿즈 개발은 기업의 부채 경감과 마일리지 소멸률 가속화를 목적으로 하며, 고객이 기존에 수령하여 보유하고 있는 마일리지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저평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마일리지 제도는 실질적인 소비자의 권익 보호보다는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시작하여 기업의 비용 절감만을 도와주는 데에 그치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마일리지 사용처를 제공했다는 항공사의 면피용 정책으로만 적용될 뿐, 실질적으로는 고객의 불이익을 해소하는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마일리지의 가치가 실시간으로 변동되는만큼 즉시 현금성으로 그 가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항공사의 유인책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이러한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인 사용처가 늘어났다는 점에만 집중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4.3 소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상판결은 마일리지의 유효기간 도입이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종합적으로 산업의 특성을 살펴보았다기보다는 형식적 적정성, 소비자 보호조치, 대안의 실효성 등 여러 측면에 대해 단편적이고 제한적인 심사에 그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항공마일리지의 성격에 비추어볼 때, 이를 신용카드 및 주유 포인트 등의 제도와 유사하다고 보는 것은 그 본질적 차이를 간과한 것이다. 또한 10년이라는 유효기간이 해외 주요 항공사와 비교했을 때 단기간이 아니라는 결론도, 최근 기존에 존재했던 유효기간을 폐지하고 다양한 마일리지 활용 방안을 확대·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항공사들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대상판결은 실질적 필요성과 합리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항공사 측의 경영상 이유와 국제회계기준의 변경만을 근거로 설시하였다. 그러나 이는 사업자의 일방적인 편의만을 우선한 것으로, 단순히 외부 환경의 변화만을 나열한 협소한 논리에 불과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국제회계기준의 변경에 따른 계정처리방식이 변화했더라도, 이를 근거로 하여 곧바로 소비자 권익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 변경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항공사가 상용고객우대제도를 도입한 것은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하고, 경쟁에서 우월한 지위를 득하기 위한 것인데 이렇듯 제도의 과실만을 취하고 불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변경하려 드는 것은 필요성이라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즉 관련 판례가 요구하는 ‘사회적 정당성’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한 심층적 검토가 부족하다.

나아가, 항공사들이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가족마일리지합산제도, 현금/마일리지 복합결제, 소액 마일리지 사용처 확대 등의 소비자 보호조치는 해외항공사와 비교할 때 현저히 미흡하고, 실질적으로 소비자 불이익을 상쇄할 정도의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확인된 바가 없다. 더불어, 이러한 대안들을 활용할 경우 마일리지의 가치가 기존에 보너스 항공권을 사용할 때와 비교하여 저평가되므로 사실상 고객들은 원치 않는 소진을 하는 결과를 가져오며, 결국 이 같은 제도들은 기업의 비용 절감이나 면피 목적에 가까운 임시방편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마일리지의 유효기간 및 관련 약관은 본질적으로 소비자의 실질적인 권리를 보호한다기 보다는 사업자의 편에 서는 결과를 가져온다. 항공사의 일방적 정책 변경에 의해 고객의 선택권이 줄어들고 향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합리적 기대 이익이 제한됨에도, 법원은 이를 충분히 종합적으로 심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마일리지 유효기간 설정의 불공정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현실적 결함으로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Ⅴ. 결 론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고 상용고객우대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치열한 항공운송업의 경쟁상황에서 고정적인 고객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서비스 이용 및 구매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는 곧 소비자의 로열티, 즉 충성심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로 기업이 미래에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명시적 제안이자 계약상 장래이행의 합의라고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고객이 상용고객우대프로그램의 가입을 함으로써 기대를 형성하는바, 일종의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부가적인 서비스로 취급하며 소비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려는 시점에서 처음의 조건과 다르게 변경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된다.

대상판결에서는 항공사들이 다소 경직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으나, 마일리지에 일정 정도의 유효기간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이 인정되며, 나아가 고객안내 및 대안 제시 등의 충분한 사전조치가 선행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마일리지의 특성과 사용패턴, 고객에게 미치는 불이익 등에 대해 충분히 살펴보지 못한 성급한 판단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카드사 포인트와 달리 항공마일리지의 경우 특정 항공사에 몰려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적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현금성 자산의 적립이 아니라 보너스 항공권 이용, 좌석 업그레이드 등과 같이 항공기 탑승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마일리지의 규모나, 해당 항공사의 정책 변동이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불이익 등이 보다 세밀하게 검토되어야 했을 것이다.

대상판결은 불공정한 약관조항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형식적인 심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계약 전체의 내용과 거래관계의 실질적인 사정에 비추어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설시하면서도, 표면적으로 항공사가 취하는 조치에 대해서만 살펴보았을 뿐 이러한 대안이 고객들에게 효과적인 불이익 감소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이후, 마일리지 제도의 통합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사다. 이 또한 소비자의 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보호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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